꽉 채운 이틀을 꼬박 누워있었다
과거의 내가 노트북에 붙여놓은건데
다리에 쿠션만 끼우면 이틀째 누워있는 내 모습이랑 똑같다.
고개 숙여 밥을 먹기도 힘들고
계속 누워있어야 해서 소화도 안될 것 같고..
딱히 집에 맛있는 것도 없고.
이참에 살이나 빼자는 마음으로 굶다가
저녁에 삼겹살을 굽길래 서서 쌈을 4개 먹었다.
맛있더라..
시험 공부를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반포기)
확실히 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더 움직일 수 있어서
처음에 절망적이었던 마음도 사라지고
누워서 유튜브를 엄청 봤다ㅋㅋ
(생각지 못한 힐링🌿)
점점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간이 늘긴 하는데
문턱을 넘거나 약간이라도 허리가 숙여지면
눈을 감고 멈춰야 하는 통증이 몰려온다
아프니까 어딘가에 지탱해서 허리를 펴보는데
그 과정에서 골반 뒤쪽 뼈 어딘가가 또 오지게 아프다..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보면
잠깐 아픔이 가시는데 그 타이밍에 침대에 기어올라서 눕는다..
팍 누웠다간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아서
침대에 스며들듯이 누워야 한다
대체 어디를 다친 건지 ㅅㅂ
평생 처음 느껴본 허리 통증은 진짜 너무 괴롭다
아무것도 못한다 진짜
-
그리고 오늘이 삼일째.
어제새벽, 화장실에 가는데 걸음에 스피드가 붙길래
(삐걱대면 당장 멈춰야 하지만 작은 깡다구는 생김)
자고 일어나면 병원 갈 정도는 되겠다 싶어서
머리 감고 가야지 생각하면서 어떻게 감을지 상상하면서 잤다
금요일이라서 주말에 혹시라도 계속 아프면
병원 안 간 걸 후회할까 봐.
또 먹고 있던 약도 딱 맞게 다 먹어서
겸사겸사 병원 가서 병원 처방 약을 지어오자 싶었다.
애잔했던 머리 감기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머리 감아본 사람. 저요.
난 지금 머리가 길다. 허리 기장인데,
암튼 하고 싶은 말은 감고 말리는 과정이 길다는 것.
일단 모든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는 과정부터 험난.
허리를 못 숙이니까..
바닥에 툭 던졌더니 데굴데굴 굴러가서.. 하
변기 뚜껑 위로 다 올렸다가 누워서 다시 내렸다..
바닥에 누워서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니까
세상에 그 나름 또 작은 행복이더라
원래 뜨끈한 물에 샤워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틀 만에 씻으니 개운하기도 하고.
누워서 씻으니까 마치
씻다가 죽어서 화장실 천장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오묘했다
머리를 감고 헹구면서 코에 막 물이 들어오는데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 와중에 트리트먼트 할 열정이 생겨나서
발라놓고 양치도 누워서 했다. 존멋
일단 누워있을 땐 고통이 없으니까 할 건 다했다.
뿌듯하게 나와서 긴머리 혼자 말리려니까 갑자기 막막..
선택의 여지없이 머리도 누워서 말렸다
침대에서 누워서 굴러다니면서 두피를 말끔하게 말려냈다.
확실히 어제보다 잘 걸었고
걸을 때 허리도 좀 힘을 받는 느낌이라서
병원에도 혼자 걸어서 갔다
5분 거리 동네 정형외과 10분 걸려서 도착.
병원에 사람이 많아서 거의 40분은 대기한 듯.
계속 앉아있기 불안해서 걸어 다니긴 했는데
그래도 꽤 오래 앉아있었는데 허리가 안 아파서 신기했다.
엑스레이 찍고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지어왔다.
난 사실 병린이다.
건강한 편이고 활동적이지도 않아서 다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치과, 산부인과 검진 정도지 그 외 병원은 갈 일이 없었다.
정형외과 진료는 생에 처음이고
물리치료도 처음 받아봤다.
물리치료는 온찜질하고 따닥거리는 기계를 허리 위에 얹어놓는 전기치료를 받았는데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의사진료는 초스피드로 끝났다.
다리 저림이 있었냐는 질문 외에는 나에게 궁금한 게 없었고.
허리 엑스레이 결과로는
골반쪽 척추가 약간 좌측으로 기울었고
옆으로 구부려 누워 찍은 엑스레이를 보면서는
구부렸을 때 척추가 굽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4번 5번 뼈 사이도 좁은 편이라는데.
그래서 그게 다 뭔 소린지.
가장 걱정스러웠던 디스크 초기인 거예요?
라고 간결하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다른 부분이라 그랬나.
정확한 병명을 알려주진 않았다.
1분남짓 스치듯 짧은 진료라서 기억도 잘 안나네.
암튼 일주일은 꼭 안정하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하고 온찜질하세요~
하더니 다음 환자에게 가버렸다..
링거 수액 주사 얘기도 했는데
잉 수액을 왜 맞나 싶어서 (주사꺼져)
주사는 안 맞아도 될 것 같다니까 쿨하게 빼줬다.
다음엔 한가한 병원에 가야겠다
진료비 + 엑스레이 + 물리치료 + 5일 치 약값 포함해서 19,000원.
생각보다 저렴했다.
병원 다녀오는 길에
디스크가 아니라는 답을 들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햇빛 아래 걸어서 그런가 기분이 좋길래
조금 더 걸어가서 나비 사료랑 간식을 좀 사 왔다.
1.5킬로 사료를 사서 10분 정도 들고 걸어오는데 약간 후회했다
집으로 바로 갈걸..ㅎ
집에 와서 또 한참 누워있다가
오랜만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또 허리가 뻐근하길래 무서워서 냉큼 누웠다.
그래도 3일 만에 걷고 앉아서 밥 먹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이제 디스크가 아닌 걸 알았으니
다음 주까지 잔통증이 남아있으면 물리치료를 몇 번 더 받던가
많이 아프면 한의원으로 가서 침을 맞아볼 생각이다.
허리 전체가 아픈 것 같더니
통증이 좀 줄어드니까
욱신욱신 쑤시는 곳이 이제 느껴진다.
왼쪽 팬티라인 쪽 고관절이랑
좌골이라고 하나.. 왼쪽 뒤 허리, 허벅지 바깥쪽 부근이 쑤신다.
살만해지니까 드는 생각은..
또 삐끗할까 봐 무섭다는 것.
너무 안 움직이고 맨날 앉아있어서 이런 사달이 난 것 같아
당분간은 그냥 아예 앉아있지 않을 생각이고,
(불편한 책상 의자 갖다 버릴 예정)
헬스 등록해서 걷기 운동이라도 좀 해볼까 싶다.
정확한 병명을 모르므로
그냥 허리삐끗 후기인 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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